재산처분_이혼사유

남편이 아들에게만 재산을 증여했다면? (이혼 사유로 인정한 대법원)

평생 함께 이룬 부부 공동재산의 대부분을 배우자 한쪽이 상의도 없이 자녀에게 전부 증여해버렸다면, 과연 이혼 사유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혼인 관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부부 공동생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로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므10730 판결).

이 글에서는 해당 대법원 판결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근거를 중심으로, 배우자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이 왜 중대한 이혼 사유가 되는지 보겠습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이 사건은 오랜 기간 혼인 생활을 이어온 노부부의 이야기입니다.

  1. 부부의 주된 거주지였던 부동산이 공익사업에 수용되면서, 남편 명의로 약 3억 원의 수용보상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2. 남편은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보상금 전액을 5명의 자녀 중 장남에게 증여했습니다.
  3. 이에 반발한 아내가 집을 나가 별거를 시작하자, 남편은 상의 없이 추가로 15억 원 상당의 다른 부동산까지 장남에게 모두 증여해버렸습니다.
  4. 결과적으로 남편이 일방적으로 처분한 재산은 부부 공동재산의 약 90%에 달했고, 아내는 경제적 기반을 거의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5. 아내는 이를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남편은 증여를 받지 못한 다른 자녀들의 뜻에 따라 이혼소송이 제기된 것이고, 증여한 재산은 모두 자신의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6. 2심 법원은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왜 이혼 사유가 되는가?

하급심의 판단과 달리, 대법원은 남편의 행위가 명백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부 공동재산의 일방적 처분

대법원은 먼저 남편이 증여한 재산이 비록 남편 단독 명의로 되어 있었더라도, 오랜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이룩한 ‘부부 공동재산’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부부 공동재산의 대부분(90% 이상)을 배우자와의 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한 행위는, ‘부부 공동생활의 경제적 기반을 위태롭게 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산을 처분한 것을 넘어, 혼인 관계의 본질적인 의무인 부양·협조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는 것입니다.

2. 신뢰 파괴와 회복 불가능한 혼인 파탄

더 나아가 대법원은 남편의 이러한 행위가 아내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평생 함께 이룬 재산의 대부분을 한순간에 빼돌리고도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배우자와의 신뢰 관계는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은 아내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보아,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의 중요한 의미

이 판결은 배우자의 폭행이나 부정행위와 같은 전통적인 이혼 사유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과 같은 심각한 경제적 신뢰 파괴 행위 역시 그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결론: 핵심 요약

  • 일방적 재산 처분은 이혼 사유: 배우자 동의 없이 부부 공동재산의 대부분(이 사건에서는 약 90%)을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법적 근거: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판단했습니다.
  • 판단 이유: 이는 단순히 재산을 처분한 것을 넘어, 부부 공동생활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배우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혼인 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에 이르게 한 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명의가 배우자 한쪽으로 되어 있더라도, 함께 이룬 재산을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빼돌리는 행위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를 근거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재산의 일부만 처분한 경우에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요?

네,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재산의 90%(피고가 종중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포함하더라도 77%)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는 사안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법원은 처분한 재산의 규모, 부부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처분의 목적과 경위, 그리고 그 행위가 부부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지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이 정하고 있는 여러 이혼사유와 이혼소송의 전체적인 절차는 [이혼 소송의 모든 것: 준비 단계부터 판결 후 절차까지 완벽 가이드]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남편이 이미 증여한 재산도 되찾을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민법 제839조의3의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여 되찾아오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여 행위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된 경우라면, ‘파탄 이후 재산을 빼돌렸다’는 사해행위취소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추후 남은 재산을 분할할 때 그러한 사정이 분할비율을 정할 때 참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사망한 후에는 다른 자녀들이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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