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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 – 2024년 대법원 판례 분석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플랫폼 종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유롭게 일하는 ‘개인사업자‘일까요, 아니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근로자‘일까요? 이들의 법적 지위에 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있습니다.

아직 대법원이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판단한 판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 하급심에서는 배달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7. 12. 선고 2022가합534381 판결).

이 포스트에서는 대법원 판결과 하급심 판결을 중심으로 플랫폼 종사자인 ‘배달 라이더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대법원 판결의 배경이 된 사실관계

  • 당사자: 원고는 대리운전업을 하는 회사, 피고는 원고와 협력업체들이 운영하는 대리운전기사 앱을 사용하는 대리운전기사
  • 사건의 발단: 피고가 포함된 노동조합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원고는 단체교섭을 거부
  • 소송의 내용: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 소송에서 피고 등 대리운전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됨

대법원 판결의 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해당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또는 무명계약 등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상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판단 요소 6가지

대법원은 과거 학습지 교사들에 관한 사건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 판단하는 요소를 판시하였고, 그러한 판시는 이후 여러 판결에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요소 6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다만 대법원이 밝힌 요소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평가 받기 위해서 모두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인 요건은 아닙니다. 특정 요소가 약하더라도 다른 요소를 통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참조)].

  •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여부
  • 노무 제공을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여부
  •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여부
  •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전속적인지 여부
  •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위, 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 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대법원의 판단

주요 쟁점

원고는 여러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앱을 만들어서 대리운전업을 하였습니다. 이용자가 앱을 통해 이용 신청을 하는 경우 원고를 포함한 여러 협력업체에 속한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콜이 배정되었습니다. 피고 역시 앱을 통하여 원고 뿐만 아니라 다른 협력업체의 콜을 선택받도 배정받아 일을 하였고, 콜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하였습니다.

이러한 업무형태로 인하여,

  • 여러 협력업체의 콜을 받을 수 있는데 특정사업에 대한 주된 소득의존성, 상당한 정도의 지속성, 전속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 피고가 콜을 거절할 수 있음에도 어느 정도 지휘, 감독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지
  • 피고의 노무제공의 대가를 결정하고 지급하는 주체가 대리운전업체라고 할 수 있는지

가 이 사건에 주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1번 쟁점에 관한 판단: 소득의존성, 지속성, 전속성

대법원은 피고가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 받은 것은 그렇게 하기로 한 원고의 결정에 따른 것이므로 협력업체의 콜을 받아 수행한 대가도 결국 원고로부터 받은 수입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가 원고 제공 앱을 통해서만 대리운전 일을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전적으로 소득을 의존해왔고, 그러한 관계가 상당한 기간 지속되어 왔으므로 원고에 강하게 전속되었다고 보았습니다.

2번 쟁점에 관한 판단:지휘, 감독관계의 존재

대법원은 피고를 포함한 대리운전 기사들이 배정받은 콜을 거부하는 경우 향후 배정을 제대로 못받거나 대기 순서가 뒤로 밀리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쉽사리 배정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결국 원고나 협력업체가 제시하는 우선배정 조건에 따라 콜을 수행하였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동업계약서에는 피고의 복장과 준수사항, 교육받을 의무 등이 규정되어 있고, 위반할 경우 계약해지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지휘 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3번 쟁점에 관한 판단: 보수결정 및 지급 주체

대법원은 원고가 결정한 대리운전요금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수수료 등을 공제한 돈이 피고의 보수액이 되었고, 대리운전요금을 원고가 결정한 상태에서 콜이 배정되어 왔으므로 피고의 보수를 원고가 사실상 결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리운전 요금이 카드로 결제되는 경우 원고가 피고에게 대리운전요금 상당의 금액을 별도로 지급하였고, 현금으로 결제되는 경우에는 고객이 피고에게 바로 요금을 지급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사람이 피고밖에 없어서 일뿐 현금 역시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가 다시 피고에게 지급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보수지급주체도 원고라고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해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던 판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설시한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대리운전이라는 개별 업종 특성과 구체적인 근무 형태를 고려하여 판단하는 과정을 직접 설시하였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에 대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요소는 지휘, 감독관계의 존재 여부입니다. 그동안의 판시를 고려하면, 대법원은 외관상 노무제공자에게 선택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각종 제재 또는 동기 유발 시스템으로 인해 선택권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경우 지휘감독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아이돌보미가 3개월 이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다시 자비로 교육을 재이수하도록 하는 등의 불이이을 부과해 계속활동하게 하는 것도 지휘감독관계를 인정하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고 본 적도 있습니다(2019다252004 판결).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배정받은 콜을 거부한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을 지휘, 감독관계를 인정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령 기사들의 업무수행 실적(고객 평가 등)을 평가한 점수나 업무수락률 등을 수치화하는 알고리즘을 통하여 업무 제공 순서나 횟수에 차등을 두는 경우(제재를 가하거나 혜택 부과) 이러한 간접통제는 지휘·감독 관계를 인정하는 하나의 강력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

도입부에 언급한 것과 같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7. 12. 선고 2022가합534381 판결에서 배달 라이더가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해당 사안은 배달대행업체의 지점 소속 배달 라이더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존의 대법원 법리에 따라 사안을 판단하였고, 배달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었습니다.

  • 주된 수입원 (소득 의존성): 대부분의 라이더에게 회사로부터 얻는 수익이 주된 생계 수단이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 계약 내용의 일방적 결정: 회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정형화된 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계약의 주요 내용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수익 결정 과정의 종속성: 라이더의 수익이 회사가 결정하는 변수와 알고리즘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보았습니다.
  • 업무의 필수성: 라이더가 제공하는 배달 노무는 회사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 계약의 지속성: 라이더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1년을 넘는 등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인정했습니다.
  • 상당한 지휘·감독: 회사는 안전교육 실시, 복장 규정 공지, 관리자 프로그램을 통한 실시간 위치 확인, 단체 대화방을 통한 업무 요청 등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수익의 대가성: 라이더가 얻는 수익은 수행한 배달 업무에 대한 대가(임금)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 위와 같은 경제적·조직적 종속 관계를 고려할 때, 라이더들에게 단결을 통해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권리 등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라이더가 제기한 문제들(산재보험료, 우천 할증 미반영 등)은 개인보다는 집단적인 단결을 통해 교섭하는 것이 마땅한 사항이라고 보았습니다.

글을 마치며

대법원 판결은, 배달 라이더의 법적 지위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아니지만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이 문제된 사안은 아니지만 배달 라이더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이미 판단한 하급심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글의 제목이었던 “배달 라이더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이제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배달 라이더가 노동자인지 여부는 결국 구체적인 사안 별로 결론이 달라지겠지만, 만약 배달 라디어가 대행업체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거나 플랫폼의 알고리즘, 관련 제재에 의하여 어느 정도의 지휘 감독 아래에 놓여 있다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FAQs (자주 묻는 질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퇴직금이나 유급휴가도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이는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지점입니다. 노동조합 결성, 단체교섭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의 영역입니다. 반면 퇴직금, 유급휴가, 해고 제한 등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훨씬 더 강한 사용종속성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종류의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의미인가요?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위에서 제시된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통제 수준이 낮고 종사자가 스스로 서비스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등 독립성이 강한 경우(예: 일부 전문가 매칭 플랫폼)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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