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CCTV 영상을 보여주기만 했는데, 개인정보 ‘제공’으로 처벌될까요?
매장이나 사업장을 운영하다 보면 사건·사고로 인해 CCTV 영상을 외부인이 요청할 때가 있습니다. 외부인에게 CCTV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무단 개인정보 제공으로 처벌될까요?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제공한 자와 부정한 목적으로 이를 ‘제공받은 자’까지 처벌하고 있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제71조 제9호). 여기서 ‘제공’의 의미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가 실무상 문제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판결의 요지: ‘지배·관리권 이전’이 있으면 열람도 제공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한다.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의하여 촬영된 개인의 초상, 신체의 모습과 위치정보 등과 관련한 영상의 형태로 존재하는 개인정보의 경우, 영상이 담긴 매체를 전달받는 등 영상 형태로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것 외에도 이를 시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상에 포함된 특정하고 식별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를 지득함으로써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은 경우에도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후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0도18397 판결).
판결의 배경이 된 사실관계
- 사건의 장소 및 발단: 피고인은 2019년 한 장례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도박 신고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장례식장 관리실 직원에게 CCTV 영상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 CCTV 확인 과정: 장례식장 직원은 피고인이 보는 앞에서 CCTV 녹화 영상을 재생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 동영상 기능으로 그 화면을 몰래 촬영했습니다.
- 소송의 경과: 1심은 유죄를, 2심(원심)은 “보여준 것만으로는 제공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가 “열람 역시 ‘이용하도록 제공’에 해당한다”며 상고하였습니다.
이론 대립: 열람은 제공인가? (유죄설 vs 무죄설)
이 쟁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석론이 가능합니다.
- 유죄설: 영상도 엄연한 개인정보이므로, 제3자가 열람하는 것 자체로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따라서 열람을 허용하는 행위도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것에 포함시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무죄설: 개인영상정보의 본질은 ‘영상 그 자체의 가시성’에 있다. 단순히 보는 행위만으로는 영상의 가시성(사본)이 이전되지 않았으므로 ‘제공’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 원심 파기환송과 그 취지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의 실질적인 지배·관리권 이전이 있는 경우 제공에 해당하고, 영상 시청 등의 방식으로 영상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지득함으로써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은 경우에도 이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판결의 의미와 실무상 관리자의 주의점
대법원은 CCTV를 보여주는 행위만으로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매장 CCTV 영상을 외부인이 요청하는 경우 거부하여야 하고, 이에 응할 경우 형사처벌 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CCTV를 적법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법률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제공하여야 합니다.
-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친 경우(공공기관 요청 한정)
- 조약, 그 밖의 국제협정의 이행을 위하여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에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공공기관 요청 한정)
-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공공기관 요청 한정)
-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공공기관 요청 한정)
- 형 및 감호, 보호처분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공공기관 요청 한정)
-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
개인이 CCTV를 요청하는 경우 위 사유에 대부분 해당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이 CCTV를 요청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 범죄와의 관련성 주장하는 경우: 외부인이 범죄와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경우 경찰에게 제공하는 것은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인정됩니다. 경찰에 신고하도록 하여 출동한 경찰관에게 제공하겠다고 고지하면 됩니다.
- 범죄와는 관련성이 없는 경우: 외부인이 주장하는 사유가 범죄와는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령 불륜 확인)에는 시청을 허용하여서는 안됩니다. 이 경우는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증거보전신청에 따라 법원의 결정문이 도착하면, CCTV 영상을 USB에 담아 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이 경우도 외부인에게 직접 보여주어서는 안됩니다.
핵심 요약
- 제공에 해당: ‘제공’은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 이전을 의미하며, CCTV 영상의 경우 보여주는 행위만으로 제공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관리자 주의사항: 관리자는 외부인에게 CCTV 열람을 허용하여서는 안됩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것을 권유하여야 합니다.
화면만 보여주고 파일을 주거나 동영상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제공’이 될 수 있나요?
맞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 부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CCTV는 보여주지 않고, 내용만 알려주는 행위도 처벌대상이 되나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제공 뿐만 아니라 누설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CCTV 영상 내의 특정인에 관한 사항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는 누설에 해당하여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